장기화되는 불황 속에 가족과 사회에서 소외되고 심지어 자기자신을 버리기까지 하는 노숙인들은 심리적·경제적인 면에서 누구보다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알코올 의존증·우울증으로 건강을 해치는 이는 물론이고 사업 실패로 생계를 꾸리지 못해 거리로 나앉은 이, 실패 후 대인기피증에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 못하는 이 등 사회적으로 고립된 노숙인은 무수히 많습니다. 이에 미디어펜은 재기에 성공해 반전의 삶을 살고 있는 노숙인들의 사례와 이들의 걱정을 덜어준 정부·지자체 지원정책을 상세히 소개하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노숙인들이 혼자가 아닌 더불어 사는 사회를 통해 밝은 미래를 바라보며 자립의 의지를 다짐으로써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편집자주]

[미디어펜 연중기획-아름다운 동행]- "더불어 사는 세상 함께 만들어요"

[노숙인⑪]"일자리로 빈곤과 싸우겠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Jobs fight Poverty. 일로 빈곤문제와 싸워 이기겠다가 제 신조이자 두손컴퍼니의 모토입니다. 노숙인이란 저도 될 수 있는 그런 분들입니다. 그리고 빈곤문제는 노숙인에 국한되기 보다는 저도 늘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항상 공감되는 사회문제입니다. 일자리를 통해 노숙인의 빈곤문제와 싸워서 이기겠습니다."

노숙인에 대한 박찬재 두손컴퍼니 대표의 한마디다.

두손컴퍼니는 6년 전 사회공헌 프로젝트 'Do손'에서 시작한 기업이다. 종이옷걸이를 통한 마케팅 플랫폼 사업에서 출발하여 현재는 물류대행사업 등 사업분야를 다각도로 확장해 더 큰 도전에 나서고 있다.

소셜벤처로 시작했던 두손컴퍼니가 널리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는 2013년 1월 (주)두손컴퍼니라는 주식회사 형태로 설립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줄곧 노숙인 출신 직원들의 고용에 앞장서 왔고 이것이 언론의 조명을 받으면서부터다.

박찬재 대표는 지난달 31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노숙인 등 취약계층의 두손컴퍼니 취업에 대해 "현재 기준으로 노숙인은 없고 거리로 내몰리기 직전에 연결받은 노숙인쉼터 여성분, 경직성 장애가 있는 20대 등 전직원 20명 중 취업취약계층이 절반 정도"라며 "이분들 모두 고객들의 물품을 보관·포장하고 배송을 담당하는 핸디맨 블루로 근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두손컴퍼니는 총 400여평 규모의 창고(3군데로 분산)를 보유하고 있고 50여개 고객사와 3000여개 상품 품종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두손컴퍼니는 다음달 남양주로 물류창고 및 본사를 확장 이전한다. 박 대표는 직원 출퇴근이 조금 번거로워질 수 있지만 지금까지 기존 창고 여건상 받지 못했던 물류 주문들 대부분을 소화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노숙인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에 대해 지난 2011년 서울역 노숙인 퇴거조치를 들었다.

   
▲ 박찬재 대표의 두손컴퍼니는 6년 전 사회공헌 프로젝트 'Do손'에서 시작한 기업으로, 현재 물류대행사업으로 확장해 더 큰 도전에 나섰다./사진=두손컴퍼니 제공

박 대표는 강제퇴거 조치에 대한 기사를 읽고서 바로 그 길로 서울역으로 향했고, 이틀 동안 계속 그곳에 머물며 막걸리를 들고 다니면서 노숙인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박 대표는 당시 이들과 얘길 나누면서 노숙인에 대한 고정관념이 완전히 깨진 경험을 가장 와닿았던 이야기로 꼽았다.

특히 집이 따로 있는 사람이 외로워서 서울역에 와 자고 있었고, 열심히 살지만 기회가 없어 취업정보를 들으려 거기 모였다는 점, 폐지수거로 번 돈 5000원을 노숙인 동료들에게 자랑하는 모습 등을 보면서 박 대표는 5000원이라는 가치에 대해 곱씹게 됐고 이들의 노력을 일자리로 풀어야 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고 한다.

독어독문과를 나왔고 부유한 집안도 아니었던 박 대표는 '내가 그 상황에서 똑같이 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에 "가장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대하는 모습에서 사회의 품격이 보인다", "일자리로 풀어야 울타리를 넓힐 수 있고 이를 통해 노숙인 등 최대한 더 많은 취약계층을 모실 수 있겠다"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두손컴퍼니가 소셜벤처로 시작하게 된 사연이다.

박 대표의 나이는 1987년생 서른 한살이다. 박 대표에게 10년 뒤 상상하는 본인의 모습을 묻자, 그는 "저의 미래와 기업의 미래는 같다고 보기에 사회를 향해 뭔가 좋은 목소리만 내는게 아니라 이분들의 삶을 실제로 바꾸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답했다.

이어 박 대표는 "피켓을 들거나 정책을 얘기하는 삶이 아니라  비지니스, 이분들의 수익이나 일의 가치를 통해 사회를 바꾸고 싶다.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 두손컴퍼니는 작년 4월 4개 복지기관과 손을 잡고 '두손드림 자활지원 시스템'이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사진=두손컴퍼니 제공

두손컴퍼니의 우여곡절과 앞으로의 성장에 대해 박 대표는 "지난 2013년부터 2014년까지는 3개월간 매출이 제로인 경우도 더러 있었고 매출액 자체가 별로 없어 힘들었다"며 "다음달 물류창고의 확장 이전을 마치고 나면 물건을 받아달라는 대부분의 인바운드 주문을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물류의 장단점은 초기 설비투자가 들어가는 대신 꾸준하다는 점"이라며 "5년이든 10년이든 노숙인등 취약계층 1000명을 고용해 1000억 매출을 올리는 것이 장기적 목표"라고 소개했다.

또한 그는 "취약계층에 대해 넓이와 깊이를 따져서 최대한 많은 분들을 모시고 싶다"며 "우리가 1000명을 고용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근로능력이 미비하거나 출퇴근 자체를 어려워하는 분들을 교육시키고 취업을 알선하는 교육중계업을 꾀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두손컴퍼니는 작년 4월부터 4개 복지기관과 손을 잡고 '두손드림 자활지원 시스템'이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사)서울노숙인시설협회와 MOU를 체결한 후 사회적기업진흥원 등과 협력하여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모색하고 있기도 하다.

박 대표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제가 상상하는 두손컴퍼니는 큰 배이자 울타리"라며 "더 많은 분들이 자기가 열심히 하는대로 향상될 수 있는 울타리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