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KAL 아이칸' 되고자 하는 강성부, 솔직해져라
KCGI, 전문경영인 도입 주장…한진그룹 항공사업부, 전문가들로 구성
"경영 안 한다" 하지만 미등기 임원 선임 시 사실상 한진그룹 장악
박규빈 기자
2020-02-21 13:43

   
박규빈 산업부 기자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강성부 KCGI 대표이사가 지난 20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 간 삼각 동맹체인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을 대표해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강성부 대표는 한진그룹 위기 진단·미래 방향·전문경영인 역할에 관한 '경영참여방침'을 발표했다.


그러자 기존 주장을 되풀이 하는 것이란 비판과 전문경영인체제의 실효성 문제까지 불거져 KCGI측 주장의 설득력과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강 대표는 기자 간담회에서 "현재 우리 KCGI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경영권 분쟁의 정중앙에 서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와중에 한진그룹 발전 방안을 고민하고 재계 전체 지배 구조의 선진화를 불러온 계기가 돼 긍정적인 측면을 이끌어 냈다고 여긴다"고 발언했다.


이어 그는 "우리 연합의 목적은 한진그룹을 우량 기업으로 만들어 정상화 하는 것"이라며 "서양에서는 소유경영보다는 전문경영이 보편화 돼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주주의 경영 실패 이슈가 있을 경우 전문경영인들에게 의사결정을 하도록 두는 것이 옳다"며 전문경영인체제 도입의 당위성에 대해 부연했다.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소재 글래드 호텔 블룸홀에서 강성부 KCGI 대표가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는 모습./사진=박규빈 기자


그런데 그가 줄기차게 좋다고 선전하는 전문경영인체제, 정말 괜찮을까. 전문경영인체제가 옳은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뒤따른다. 재계에 따르면 전문경영인의 경우 단기간에 수익 등 성과를 내길 바라기 때문에 '단타' 치는 경향이 강하고, 중장기적 사업을 꺼린다는 것이 중론이다. 전문경영인체제가 한진그룹에 도입될 경우 미래를 멀리 내다볼 수 있겠느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나오는 이유다.


오너 경영의 장점으로 과감한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이 꼽힌다. 현재 조원태 회장을 위시한 한진그룹 항공사업부는 △석태수 한진칼 대표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하은용 대한항공 부사장 △최정호 진에어 대표이사 등 항공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어 또 다른 의미의 전문경영인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KCGI는 지속적으로 한진칼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집하며 재무·지배구조 투명화와 주주총회에서의 민주적 의사 결정을 위해 전자투표제 등을 언급해왔다. 간담회장에서도 강 대표는 소위 '먹튀' 논란을 의식한 듯 "우리는 단 한 번도 칼 아이칸과 같은 행동주의 펀드처럼 과도한 배당을 요구한 적 없는데, 이것이 먹튀 세력과의 차별점"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강 대표가 거창한 명분을 들어 좋게 포장하긴 했지만 일반적으로 행동주의 사모펀드들은 소액주주들의 힘과 여론 레버리지 등 각종 수단과 방법을 최대한 활용해 오너 일가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단기 투자로 수익을 얻고 안전하게 탈출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경영 참여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 등의 기업의 발전 따위엔 관심이 없을 수 밖에 없다.


또한 KCGI는 지금까지의 투자 과정에서 과도한 배당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강변했지만 규모가 큰 한진그룹 경영권을 갖게될 경우 어떻게 움직일지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다.


강 대표는 간담회에서 "2014년부터 2019년까지의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누적 적자가 1조7414억원, 대한항공 부채 비율은 861.9%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통계와 수치는 입맛에 따라 선동하기 좋은 수단으로 활용되곤 한다.


항공기 가격은 기종마다, 옵션마다 다르기 때문에 천편일률적으로 가격을 매기기는 어렵지만 대당 수천억원에 달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여 형식인 리스를 하는 항공사들이 많은데, 이 보다 더 큰 비용이 들어가는 구매 시엔 재무제표상 부채 비율이 높아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인 만큼 재무 구조나 현금 흐름에 대해 굉장히 잘 알고 있을 강 대표가 이를 두고 경영상 실패라고 하는 것은 속 보이는 행태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그는 간담회에서 "같이 투자를 했는데, 낮은 배당으로 대주주만 이득을 본다면 이건 큰 문제"라고도 덧붙였다. 과연 사실일까. 회사의 실익이 많이 생겨나는 것 자체가 주주 친화적인 것이지, 배당을 덜 한다고 오너 이기주의가 되는 것이 아니다. 회사 자산 수준이 커지면 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배당 여부와는 관계가 없는 것이다.


이에 더해 강 대표는 "주주연합은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이사회를 장악하고 대표이사를 선임해 직·간접적인 연합 측 인사를 미등기 임원 자리에 앉힐 경우 사실상 대리인을 내세운 '강성부 한진그룹 회장' 체제가 되는 것과 다름 없는 셈이다.


게다가 이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역량 강화와 이사 성별 다양화를 주창하는 국민연금공단과 행보가 비슷하다. 실제 강 대표는 간담회장에서 이사회의 독립성 보장을 들며 사익이 아닌 공익을 추구해야 한다고까지 목소리를 높였다. 공기업도 아닌 사기업에서 공익을 좇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기업 경영권 획득을 위해 물불 안 가리고 '연금 사회주의'마저 따라하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글로벌 기업 사냥꾼이라 불리는 칼 아이칸도 이런 수준은 아니었다. 강성부 KCGI 대표, 빙빙 돌리지 말고 이제는 차라리 솔직해지시라. 한진그룹 정상화가 목적이 아니라 'KAL 아이칸'이 되고싶다고 말이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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