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생존위협 항공업계 "정부 지급보증 시급"
세계 각국, 자국 항공사 살리기에 무제한 지원 약속
항공업계 "3000억원? 누구 코에 붙이라고…" 질타
IATA 사무총장, 문재인 대통령에 "즉각 지원조치해야" 서한 보내기도
박규빈 기자
2020-03-31 14:17

   
국내 항공사 로고./사진=각 사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항공업계의 비명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세계 항공사 대부분이 2개월 내 줄줄이 파산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까지 나온다. 이에 각국 정부가 자국 항공산업 살리기에 발벗고 나섰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업계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원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업계의 위기감만 키우고 있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종식 기미를 보이지 않고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국 등 전세계로 확산함에 따라 하늘길이 대거 끊기면서 항공업계의 피해가 날로 커지고 있다.


각국의 이동제한조치로 글로벌 항공업계는 고사 위기에 몰렸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코로나19가 길어질 경우 전세계 항공사 연 매출이 1130억달러(약 138조295억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세계 최대 항공 컨설팅 전문기업 CAPA(Center for Asia Pacific Aviation)를 인용해 "각국 정부발 여행 제한조치로 인해 특단의 조치가 없을 경우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어 거의 모든 항공사들이 5월이 끝나기 전에 파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IATA도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선 긴급 대책들이 필요하다"며 "각국 정부가 항공사에 대한 신용 지원을 늘리고, 인프라 비용과 세금을 깎아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항공업계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수적임을 시사한 것이다.


이와 관련,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10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울 강서구 과해동 소재 한국공항공사 본사에서 국내 10개 항공사 CEO 간담회를 개최해 업계의 애로사항·정부 지원 필요사항을 수렴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약 20여일 후인 지난 3일, 국토교통부는 김상도 항공정책실장 주재로 항공사 CEO들과 재차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현미 장관은 항공업계 호소를 듣고 공항시설 이용료 등 현금 압박이 큰 요소의 부담감을 경감해주겠다며 LCC 업계에 대한 대출 형식의 3000억원 지원도 약속했다. 이와 더불어 공항시설이용료 경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국적 대형항공사(FSC)에 대해서도 항공기 재산세를 약 25~30% 감면해주는 방안을 추진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원에 대해 '동족방뇨(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지적이다. 현장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는 입을 모아 "유동성 확보가 가장 시급하다"고 아우성이다.


A항공 관계자는 "시설 이용료 감면 등 지엽적인 요소보다는 운영자금 지원이 절실하다"며 "해외의 사례를 보더라도 정부가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자국 항공산업 살리기에 여념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LCC 업계 항공기는 거의 리스로 들여온 것이라 담보로 내놓을만한 게 없다"며 "정부가 지급보증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실제 A 항공이 언급한대로 세계 각국은 국적 항공사에 대한 긴급 수혈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항공운송업계는 연방 정부에 500억달러(한화 약 60조9750억원) 규모의 구제금융과 항공권·화물·연료 등에 부과되는 여러 세금과 연방 소비세에 대해 감면 또는 일시적 면제를 요청했다. 덧붙여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항공사 회사채를 인수하거나 채무지급보증을 서달라고도 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항공업계 요청을 100% 수용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화답했고,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역시 "항공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처한 만큼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미국 상원과 하원은 항공산업 긴급 지원 법안을 통과시켰고, 트럼프 대통령도 서명했다.


업계 요구사항을 다 들어주는 것도 파격적이고, 예산 집행도 신속하다. 법안이 발효되고서 5일 내 공고가 올라오고, 10일 내 관련 예산 초도 지급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대출과 지급보증 규모 역시 같은 규모로 이어진다는 전언이다.


영국 버진애틀랜틱항공은 정부에 75억파운드(한화 약 11조2814억2500만원) 지원을 당부했고, 리시 수낙 영국 재무부 장관은 항공업계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독일의 경우 루프트한자 등 국적 항공사에 대한 무한 금융지원과 무이자 대출기한 연장, 프랑스는 에어프랑스-KLM에 11억유로(한화 약 1조4805억1200만원) 대출을 추진키로 했다.


싱가포르는 싱가포르항공의 최대주주인 국부펀드 테마섹으로부터 105억달러(한화 약 12조8152억5000만원) 규모의 주식과 전환사채(CB) 발행 동의를 얻어냈다. 이 외에도 싱가포르 정부는 자국 내 최대 금융사인 DBS그룹에서 28억달러(3조4174억원)을 대출받았다. 대만은 정부 차원에서 10억달러(1조2205억원) 수준의 대출을 해줬다.


이탈리아는 250억유로(한화 약 33조6722억5000만원)를 들여 자국 최대 항공사 알리탈리아를 국유화 한다는 초강수를 뒀다.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한 마당에 인수할 사업자를 계속 기다리기엔 시간이 없고, 항공사 파산밖에 답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B항공 관계자 역시 유동성 지원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국토부는 빠른 시일 내 지원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한달이 지나도록 무엇을 했느냐"며 "LCC에 3000억원 지원하는 것은 누구 코에 붙이라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이어 "항공기 리스료·정류료·인건비·임대료 등 고정적으로 현금이 계속 나가는데 항공사더러 담보물을 제공하라는 정부는 너무 한가롭다 못해 현실을 모르는 것 아니냐"고 불평했다.


FSC들도 분통을 터뜨리긴 마찬가지다. 정부가 LCC에 비해 아무 신경도 안 쓴다는 인상이 짙기 때문이다.


C항공 관계자는 "진짜 필요한 것은 항공기 취득세·재산세 등 지방세 감면, 항공기 부품 관세·국내선 항공유 관세 및 석유 수입부과금 면제, 공항 착륙료·공항시설 임대료 감면, 관광진흥개발기금 지원 등 현금 필요 요소에 대한 지원"이라고 전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 역시 "관광개발진흥기금을 1인당 1만원씩 공항에서 걷고 있는데, 이 기금을 항공업계에서 나눠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면서 "정부는 업계 요구를 애써 무시해왔다"고 비판한 바 있다. 허 교수는 "어디에 쓰이는지도 모를 기금을 걷는 정부는 사업 목적에 맞게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D항공 관계자는 "정부는 FSC엔 아무런 지원도 안 해준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정부는 자꾸 착륙료와 취득세 감면을 이야기 하지만, 현재 현금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같은 언급을 하는 것은 전형적인 뒷북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토교통부는 항공사 CEO 간담회를 수차례 해놓고 청와대에 보고를 하는지 조차 의문"이라며 "김현미 장관은 아무런 액션을 취하고 있지 않고 있어 우리 보고 가만히 앉아 죽으란 셈이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대한항공 신용등급을 BBB+(안정)에서 BBB(부정)으로 조정했고, 아시아나항공은 500억원대의 카드사에 항공권 취소 대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알렉산드르 드 주니악 IATA 사무총장은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 한국 경제 중 항공산업의 기여분은 GDP의 3.4%인 60조원을 차지했고, 83만3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며 "한국 항공사들이 현금 고갈 위기에 처해있는 만큼 △수익·유동성 감소 보전 차원 직접 재정 지원 △정부·중앙은행의 회사채 발행 지급 보증 △각종 세금 감면 종합·즉각 조치가 필요하다"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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