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M&A '시계 제로'…현산·제주항공 속내는?
현산, 아시아나항공 부채 증가·재무제표 신뢰도·태도 등 트집
'오비삼척'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인수 여력 안 돼 '자연사' 바랄 수도
박규빈 기자
2020-06-30 15:00

   
HDC현대산업개발의 상반기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획이 사실상 엎어져 하반기에는 성사될지 관심이 집중된다./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아시아나항공·이스타항공 등 국내 항공업계의 대형 인수합병(M&A)이 진척을 보이지 않고 멈추면서 무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항공사들이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과 제주항공 등 인수자들도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주식매매계약(SPA) 종료 시점을 넘겼다. 인수자로 나선 현산이 선제적으로 계약 파기를 선언하지 않는 이상 6개월 연장이 가능하지만 현산이 시간 끌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대금 규모는 2조5000억원. 인수 계약금으로 현산은 2500억원을 지불한 상태다. 그러나 현산은 지난 9일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과 관련, 부채 증가·재무제표 신뢰도·태도 등을 문제 삼으며 산업은행에 원점 재검토를 요청한 이후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원주인인 금호산업에 내야 할 구주 가격과 5000억원대 아시아나항공 CB, 아시아나항공 대출금 상환 문제 등을 본 협상에서 거론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으로는 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의 대규모 부실을 예측하지 못해 인수 계약금 2500억원을 날리고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산이 6개월 연장된 협상 기한인 12월 27일까지 시간을 끌며 각종 명분을 더 확보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하거나 몸값을 낮추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9일 서울 강서구 방화동 소재 본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진행 중인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왼쪽에서 두 번째)./사진=박규빈 기자


이스타항공 역시 아시아나항공과 비슷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전날 서울 강서구 방화동 소재 본사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유상 이스타항공 전무는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이사 일가를 대신해 "이스타항공에 410억원 상당의 이스타항공 보유 주식을 무상 헌납해 250억원 규모의 체불 임금 문제를 해소하고자 한다"고 발표했다.


최종구 대표이사는 "대기업 계열사이자 LCC업계 1위인 제주항공이 당초 약속한대로 진정성을 갖고 M&A를 서둘러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이스타항공측의 발표와 읍소에도 불구하고 애경그룹과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의지를 접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제주항공 측은 "'헌납'이라는 정치적 수사를 써 희생 내지는 헌신한다는 이미지를 씌우고자 하는 것"이냐며 반발하면서도 "이스타항공 인수 의지는 변함이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최근 AK홀딩스는 제주항공에 대한 1585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했다. 이 중 1178억원은 채무상환에, 407억원은 운영자금으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 인수 자금이 없거나 부족한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은 이스타항공 인수에 무리수를 둘 경우 그룹 전체가 위험에 빠질 것으로 판단한다"며 "M&A에 대해 신중론을 펴고 있다"고 전했다.


또 애경그룹이 이석주 제주항공 사장을 그룹 지주사 AK홀딩스 경영진으로 발탁한 것도 이스타항공 인수 의지에 변화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경영대학 경영학부 교수는 "당초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를 낙관해왔으나 최근 편법 증여와 자금 출처 문제, 3100만달러 규모의 타이이스타 지급보증, 사위 문제 등 법적·정치적 리스크가 벌어지고 있다"며 "마찬가지로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제주항공이 윤리적 문제를 들어 인수를 거부할 명분도 생겼다"고 평했다.


허 교수는 "체불 임금 규모도 다음달이면 280억원에 달할 것이고, 항공기 리스료도 수억원씩 불어난다"며 "제 아무리 산은이 다루게 된다 해도 현직 여당 의원 살리기 등 정치적 논란이 거세게 일 수 있기 때문에 이스타항공이 살아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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