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외관 디자인은 미래에서 온 것처럼 파격적인 미래차의 모습을 했지만 전기차라는 이질감을 최소화한 주행 느낌으로 새로운 전기차 시대를 이끌어갈 선봉장이 될 '아이오닉5' 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완성차 시장에서의 전기차는 유심히 보지 않으면 일반 내연기관 차와 구분이 안될 만큼 평범한 모습이었다. 기존 내연기관의 차에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적용해 출시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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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아이오닉5로 꾸며진 캠핑카 연출 모습. /사진=미디어펜 |
하지만 E-GMP를 적용한 아이오닉5의 등장부터 본격적인 차세대 전기차 시대를 맞이할 수 있게 됐다.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을 기본바탕으로 하는 이 전기차부터 차의 디자인에 제약이 없어지면서다.
E-GMP는 기존의 내연기관 차와 다르게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와 구동 모터 등을 표준화된 모듈 형태로 스케이트보드 모양의 하부플랫폼에 탑재하고 그 위에 용도에 따라 다양한 모양의 상부 차체를 올릴 수 있는 구조다.
이에 기존 내연기관에서 엔진과 구동축 연료통 등의 이유로 시도하지 못했던 디자인을 제약없이 보여줄 수 있게 됐다. 그 첫 작품이 아이오닉5다.
2021년생 아이오닉5는 이런 특성을 확실하게 살려냈다. 누가 봐도 전기차라는 존재감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이런 아이오닉5를 지난 21일 경기도 하남시 스타필드 하남 야외주차장에서 열린 미디어 시승회에서 직접 시승해봤다. 시승모델은 아이오닉5 롱 레인지 2WD(2륜구동) 모델이 준비됐다.
하남에서 출발해 경기도 남양주시 글램핑장인 '더 드림핑'을 찍고 초급속 충전기가 설치된 서울 강동구 현대 EV 스테이션에서 충전 체험을 하고 다시 출발지로 돌아오는 80여km의 코스였다.
아이오닉5의 디자인은 독특하다. 현대차의 최초의 수출모델이가 대한민국의 수출 효자품목이었던 첫 자동차 포니의 헤리티지를 계승한 아이오닉5.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만 살리고 세부적인 모습은 미래차를 보는 듯 했다. 과거 미래차를 상상하며 그려냈던 영화 속의 모델이 현신한 듯한 느낌이다.
외관 디자인 뿐 아니라 실내역시 기존과 전혀다르다. 자동차의 구동축이나 머플러의 라인이 빠지며 봉긋하게 올라왔던 가운데가 평평해지며 바닥에 리클라이닝 시트 두 개와 벤치 하나를 얹어놓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오른쪽 다리를 기대고 운전하던 버릇이 있던 기자입장에서 뭔가 허전함 마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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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아이오닉5의 넓은 HUD를 통해 보여주는 증강현실 스타일의 길 안내. /사진=미디어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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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아이오닉5는 계기판을 대신하는 넓은 디스플레이가 적용돼 있다. /사진=미디어펜 |
하지만 운전할 때의 느낌은 의외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예사롭진 않다. 운전대 앞엔 좌우로 긴 디스플레이가 위치하고 기존의 기계식 계기판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디스플레이를 통해 반쪽은 속도를 보여주고 반쪽은 지도를 보여준다.
변속기 조작은 운전대 밑으로 튀어나온 컬럼식 변속기를 이용해야 한다. 다만 수입차들의 컬럼식모델과 다르게 고정 바에 붙어있는 버튼을 돌리거나 누르면서 조작하도록 돼 있다.
사이드미러가 있어야 할 자리엔 카메라가 위치해 새로운 느낌을 배가시킨다. 문짝 안쪽으로 붙은 작은 화면을 통해 후측방 상황을 파악할 수 잇도록 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과할 정도로 크고 선명하게 적용됐다. 이질감이 들만큼의 큰 HUD였지만 운전중 왜 이만큼 큰 HUD가 적용됐는지 알 수 있었다. 증강현실(AR)느낌을 살려주는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 이만큼 큰 HUD가 필요한 것이었다.
이질감이 들긴했지만 30분정도 적응하고 나니 나름 편안한 느낌이었다.
실내 인테리어는 담백했다. 기교를 부려 화려하고 고급스러움을 살린 디자인이 아니다. 깔끔한 모습을 부각시켜 세련된 모습으로 잘 정돈된 디자인 이었다. 대체적으로 반듯반듯하고, 어느 부분이 파였다면 그건 그 자리에 무엇인가를 박아 넣어야 하기 때문에 파 놓은 것이다. 냉혹할 정도로 심플하고 실용적이다.
아이오닉5에서 느낀 가장 큰 놀라움은 주행감이다. 기존의 전기차는 풀악셀을 밟으면 모터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튀어나가는 듯한 가속성 때문에 휠스핀이 일어나는 일도 많았다. 하지만 아이오닉5의 출발은 스무스하고 편안했다. 답답한 것과는 다르다. 격하게 뛰쳐나가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가속이 된다. 이는 감속기를 잘 조율해 적용한 결과로 보인다.
초반의 부드러움을 지나면 이후에는 본격적인 전기차의 시원시원한 주행감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그런데 한동안 도로를 달리다 보니 의외로 금방 익숙해진다. 원래 차가 이래야 되는 게 정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사실 우리가 '운전자의 독립된 공간'이라고 생각했던 곳은 내연기관차의 특성상 변속기 공간을 마련하느라 불가피하게 조성된 '고립된 공간'이었고, 뒷좌석 좌우 사이에 튀어나온 센터 터널도 거추장스러운 구조물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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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아이오닉5의 프렁크 크기. /사진=미디어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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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아이오닉5 실내 2열 V2L. /사진=미디어펜 |
기어봉을 밀고 당기는 변속 방식도 오른손을 쓸 데 없이 바쁘게 만드는 요인에 불과했다. 좌우에 귀처럼 튀어나온 사이드미러도 오랜 시간 봐 와서 없으면 허전하게 느껴지는 것일 뿐 원래부터 없었다면 그게 달린 차가 더 기괴해 보였을 것이다.
실제로 처음 사이드미러를 적용해 등장한 차를 보고 사람들은 놀렸다는 이야기는 아는사람은 다 아는 유명한 일화다. 이런 사이드미러가 미래기술의 접목으로 새롭게 진화해 아이오닉5에 적용된 것이다.
달릴 때의 느낌도 마찬가지다. 일정 회전수에 다다라서야 본격적인 힘을 발휘하는 내연기관에 익숙해졌다고 해서 전기차의 시원시원한 가속성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현대차가 이런 익숙함의 내연기관 차와 결별하는 과정의 첫발을 내딛은 것이 아이오닉5다. 다만 오랜 기간 내연기관차를 만들어오며 쌓은 기술력은 아이오닉5에 잘 녹아들었다.
스케이드보드 같은 E-GMP 플랫폼에 차체를 얹었다 해서 살짝 의심도 했었지만 고속주행 안정성이나 정교한 핸들링은 확실히 정통 완성차 업체의 DNA를 물려받은 듯하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는 무게중심의 변화로 살짝 이질감이 들긴 했지만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불필요한 구조물을 비워낸 실내는 공간 활용의 융통성을 높여준다. 중간 기착지인 '더 드림핑'에 차박 콘셉트로 전시해 놓은 아이오닉 5를 보니 반으로 접힌 2열 시트가 바닥에 납작 달라붙어 넓고 평평한 공간을 제공해준다.
레저용차량(RV) 만큼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전고가 높은 차인데다, 접히는 시트의 높이도 낮으니 누워서도 갑갑하지 않은 천장 높이를 확보해준다.
작게 보이는 외형으로 인해 아이오닉5의 차체 사이즈에 대한 오해가 있을 수도 있지만 실내공간은 상당히 넓다. 좌우 폭은 중형 SUV 싼타페 정도고, 앞뒤 길이는 준중형 SUV 투싼과 비슷해 보인다. 전장은 짧지만 축거(휠베이스)가 길어 실내 공간을 많이 확보했다.
3000mm에 달하는 아이오닉 5의 축거를 거론하며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축거 2900mm)와 비교하는 이들도 있는데 그정도까진 아니다. 앞뒤 공간이 팰리세이드만큼 나왔다면 3열 시트를 장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전폭도 상당한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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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아이오닉5의 1열 인테리어. /사진=미디어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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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아이오닉5의 실내 인테리어. /사진=미디어펜 |
'유니버셜 아일랜드'라 불리는 센터콘솔은 앞뒤로 140mm나 움직일 수 있어, 앞으로 바짝 당기면 운전자용 암레스트로, 뒤로 바짝 밀면 뒷좌석용 간이 테이블로 활용할 수 있다. 센터콘솔 밑 공간은 개폐식이 아니라 넓게 뚫려 있어 핸드백 등 큰 소지품을 놓아두기 적합하다.
현대차가 아이오닉 5 출시 전부터 침이 마르게 자랑했던 V2L(Vehicle to Load) 기능 역시 이 차의 활용도를 높여준다. 외부 충전구 쪽은 물론, 실내에서도 220V 전원을 끌어다 쓸 수 있다. 이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 현대차가 포기한 것들도 많다.
이 기능은 향후 출시될 전기차의 다양한 활용도를 보여줄 수 있는 최대 기능 중 하나다. 중간기착지를 출발해 전기차의 최대 약점인 충전걱정을 덜어줄 현대 EV스테이션으로 이동했다.
강동구에 위치한 현대 EV 스테이션에는 초급속 충전을 할 수 있는 전기차 충전소다. 당초 100% 완충을 해볼 예정이었으나 일부 시승 구간 정체가 심해 일정이 지체된 관계로 단 4분의 충전 시간이 주어졌다.
충전기를 꽂기 전 50% 미만이었던 배터리 잔량이 불과 10분이 체 안되는 시간만에 70%까지 올라왔다. 200km 언저리였던 주행가능거리도 270km까지 늘었다.
현대차가 아이오닉 5 최초 공개 당시 밝힌 '5분 충전으로 최대 100km 주행 가능'(유럽 인증 WLTP 기준)과 얼추 맞아 떨어지는 충전 속도다.
배터리가 거의 바닥난 상태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8분 정도라고 한다. 여전히 휘발유나 경유를 주유하는 것에 비하면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급속충전소만 충분하다면 차량 운행에 심각하게 지장을 받을 정도는 아니다.
충전기를 연결해 놓고 커피한잔 혹은 화장실을 들렀다 오면 다시 여정을 떠날 준비가 완료된다. EV 스테이션의 급속중전기에는 멀리서도 차량의 충전상태를 알아볼 수 있도록 위쪽에 커다란 원형 구조물을 설치해 놓았다. 원의 테두리를 감싸는 파란색 조명의 길이가 충전 중인 차의 배터리 잔량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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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핑장에서 아이오닉5를 활용할 수 있는 모습을 연출한 모습. /사진=미디어펜 |
앞으로 이런 충전소가 많이 생길수록 거리에서 아이오닉 5와 같은 전용 전기차도 많이 눈에 띌 것으로 생각된다.
처음에 너무 부드러운 주행감과 세단같은 느낌의 차여서 놀랐지만 시승이 끝나갈 쯤에는 다음차는 전동화가 이뤄진 차를 구매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승차인 아이오닉 5 롱 레인지 2WD 모델의 가격은 트림별로 4980만~5455만원이다. 4륜구동인 롱 레인지 AWD는 5280만~5755만원으로 300만원가량 더 비싸다.
전기차에 적용되고 있는 개별소비세 혜택(최대 300만원)과 서울시 기준 구매보조금 1200만원을 반영하면 준대형 세단 그랜저와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 부담이 낮아진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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