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 시장 7000억달러 성장 기대
[미디어펜=김견희 기자]전기차·소프트웨어 차량 시장 확대에 따른 전자·전기장비(전장)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 전자부품 업계는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차량이 '바퀴 달린 전자기기'로 변모하는 가운데 관련 기업들의 매출 구조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 삼성전기 수원 사업장 전경./사진=삼성전기 제공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고부가 반도체 기판인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에 이어 전장 부품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메인 사업은 차량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다. 차량용 MLCC는 내열성과 내진동 성능이 요구되며, 자율주행 시스템이나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에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고부가 제품이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전장용 MLCC 중심 사업 체질 개선을 요구해왔다. 그는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차량 부품사로 이미 체질 개선을 마쳤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몇 해 삼성전기는 장 사장의 의도대로 정보기술(IT)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에 주력했던 기존 포트폴리오를 차량용 MLCC까지 확대했다. 또 부산공장을 전장용 MLCC 전용 기지로 운영하고 있으며, 중국 톈진 등에도 전장 생산설비를 구축해 글로벌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시장에선 삼성전기의 전장용 MLCC 점유율이 매년 늘고 있는 것으로 관측했다. 고의영 iM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삼성전기의 전장용 MLCC 매출은 9700억 원으로 글로벌 전장용 MLCC 시장에서 20% 수준의 점유율을 차지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분석했다.

삼성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최근 글로벌 경영 행보에서 BYD, 샤오미 등 세계 자동차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회동을 가지며 전장 사업의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그만큼 삼성전기에서 전장 사업의 중요도는 높을 것으로 추측된다.

   
▲ 현대모비스가 국내 20여개의 자동차 SW 협력사들과 개발하고 있는 4단계 자율주행 실증차량이 인천대교를 주행하고 있는 모습./사진=현대모비스 제공


경쟁사 LG이노텍도 전장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다. LG이노텍은 차량용 부품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현재 2조 원 규모인 전장 사업을 오는 2029년까지 5조 원 규모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LG이노텍은 스마트폰용 카메라 모듈에서 축적한 기술을 차량용으로 확장하며 전장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라운드뷰,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DMS) 등 전장 카메라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DMS에 차량용 언더디스플레이카메라(UDC) 부품 개발에도 한창이다. 이는 최신형 스마트폰에 들어간 UDC 기술을 차량에 적용하는 것이다. UDC 기술이 적용된 DMS는 디스플레이에서 카메라가 보이지 않는다. 

이 밖에도 LG이노텍은 카메라 외  차량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모듈과 같은 차량용 반도체 분야로도 사업 폭을 넓히고 있다. 차량용 AP는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처럼 차량의 두뇌 역할을 한다. 이는 차량 내부에 장착돼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디지털 콕핏(운전석과 조수석 앞에 설치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같은 기능을 제어한다. 

국내 부품 기업들이 전장 부품 사업에 주력하는 이유는 시장 유망성에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세계 전장 시장 규모가 지난해 4000억 달러에서 2028년 7000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확산, SDV 기술의 고도화가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장 시장은 일단 고객사에 진입하면 장기적으로 공급이 유지되는 구조인 만큼 초기 고객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며 "국내 기업들이 시장을 선제적으로 선점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