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하닉 4분기 영업이익 호실적 전망
AI 서버 투자 확대에 HBM·eSSD 수요도↑
[미디어펜=김견희 기자]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도는 역대급 호황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범용 D램 가격이 동시에 급등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연속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내년 실적 또한 최고 수준을 새로 쓸 것이라는 증권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사진=삼성전자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가속화로 HBM과 고용량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eSSD) 등 AI 관련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고, 범용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며 가격 상승폭이 예상치를 넘어서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증권사는 이러한 메모리 가격 구조가 이미 공급자 중심으로 돌아섰다고 평가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의 호실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19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2%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로는 42조4920억 원으로 전망했으며, 내년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 수준인 97조116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반도체(DS) 부문이 올해 3분기 7조 원 대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4분기에는 영업이익이 15조1000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22% 급증할 것이라고 봤다. D램 가격이 상승하고, eSSD 출하 증가로 낸드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공급 기대감도 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 범용 D램 가격이 50% 이상 상승하면서 더블데이터레이트5(DDR5) 마진이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를 상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증권사는 분석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027년까지 D램 시장이 공급자 우위로 재편되며 삼성전자는 적어도 향후 2년간 범용 D램과 HBM의 가격 협상력을 동시에 높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HBM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호실적이 기대된다. 신한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올해 4분기 영업이익이 13조 4000억 원을 달성해 최대 분기 실적을 재차 경신하고, 내년 영업이익이 올해 연간 추정치보다 56% 증가한 64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HBM4 공급 시기가 다가온 점도 호재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이미 내년 HBM 생산 물량 상당 부분을 예약, 판매한 상태로 알려졌다. HBM4는 고객사 초기 검증을 마쳤으며, 내년 상반기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사진=SK하이닉스 제공


◆ AI 거품론 속 반도체 업계 실적은 '견조'

최근 일부 미국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AI 거품론’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주요 기업들이 AI 서비스 개발과 데이터센터 확충에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투자 비용 대비 수익 회수 속도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AI 인프라 투자가 과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경고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AI 거품론과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전망은 성격이 다르다고 보고 있다. 메모리 기업은 AI 인프라 생태계의 하드웨어 기반을 공급하는 구조로, 고객사가 실제 서버를 구축하는 한 관련 수요가 계속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이는 곧 매출과 영업이익 개선으로 이어지는 만큼 빅테크의 서비스 수익성과는 분리된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내년도 HBM과 범용 메모리 공급 물량 대부분을 확보한 상태로, 실적 호조세는 더 이어질 것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서버·스토리지 등 인프라 증설이 실제로 진행되는 이상 메모리 수요는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적다"며 "AI 관련 지출이 지연되더라도 이미 확정된 공급 물량을 기반으로 메모리 기업의 실적은 당분간 상승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범용 메모리 가격까지 급등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내년 메모리 업황은 과거와 같은 사이클형이 아닌 공급자 중심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확산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HBM과 DDR5를 축으로 한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내년에도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새로운 성장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업황 회복을 넘어 구조적 호황기로 전환하며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맞이한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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