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비권 행사에 '정치보복 프레임' 유지…檢 수사기록 파악해 법리 다툼 집중할듯
[미디어펜=김규태 기자]구속 후 구치소 방문조사 등 검찰의 옥중조사에 대해 전면 거부하고 나선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법조계는 검찰 추가수사 일정에 차질을 초래할 뿐 아니라 향후 법원에서 열릴 본게임, 1심 재판에 집중하겠다는 의도가 읽히지만 득과 실이 따른다고 평가했다.

법조계는 사실상 구속기소가 확정된 상황에서 영장 청구서에 기재된 14개 안팎의 범죄 혐의에 대한 보완조사를 최소화하고, 기소 후 재판에 들어가면서 검찰이 제출할 수사기록을 낱낱이 파악해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일 의도가 보인다고 해석했다.

또한 묵비권 등 피의자 방어권을 최대한 행사하면서 옥중조사 불응에 따라 '정치 보복' 프레임을 극대화하려는 전략도 유지하고 있다고 보았다.

반면 이 전 대통령의 조사 거부가 도리어 측근들과 친인척에 대한 검찰 수사 압박과 조사 수위로 작용해 향후 관계자들의 법정 진술 등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정치적 희생양 구도를 굳히기 위한 노림수로 보인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선례를 참고해 혐의 일체를 부인하는 입장인 만큼 조사 협조 대신 법정 다툼에만 올인하겠다는 의도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본인이 오히려 조사를 거부할수록 주변인들 조사의 당위성이 커진다"며 "당초 밝혔던 바와 달리 모든 혐의에 대해 부인하는 마당에 옥중조사까지 거부하면 친인척에 대한 검찰의 조사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이 전 대통령은 앞서 "재임 기간 모든 책임은 나에게 물으라"고 말했지만, 지난 23일 "검찰이 이후 조사에서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면 조사를 거부할 수 있다"고 밝혔고 결국 26일 구치소 방문조사에 일절 응하지 않겠다면서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옥중조사 거부와 관련해 "모든 책임을 나에게 물을 것을 여러번 천명했고 검찰에 출석해 조사 받았으며 이후 구속까지 됐음에도 불구하고 비서진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계속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일방적인 피의사실을 무차별적으로 공개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는 것은 무망하고 추가조사에 응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하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측근을 통해 페이스북에 천안함 피격사건 8주기를 추모하는 옥중 메시지를 남기면서 정치적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 지난 22일 구속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1차 구속 기한은 31일, 기한을 연장할 경우 다음 달 10일까지다./사진=연합뉴스

법조계는 이 전 대통령의 조사 거부에 따라 향후 검찰이 기소 전 범죄혐의를 최대한 입증하기 위해 김윤옥 여사와 아들 시형씨 등 직계가족과 측근들에 대한 강도 높은 비공개 조사를 적극 검토할 것으로 관측했다.

120억원 대 뇌물 수수와 다스 실소유 등 350억 대에 달하는 횡령 등 방대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 조사가 진행됐기 때문에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검찰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 조사를 충실하게 해야하는 것은 검찰의 의무"라며 "이 전 대통령을 추후 다시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법조계는 검찰이 김 여사를 불러 조사할 경우 이르면 금주 중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고, 전직 대통령 부인으로서의 예우를 고려해 비공개로 소환할 것으로 보았다.

다만 법조계는 김 여사 또한 검찰 조사를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사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이 전 대통령 옥중조사나 친인척 추가조사 없이 1차 구속기한인 31일부터 연장 후 기한인 4월10일 사이에 검찰이 조기기소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변호인단에 의하면 이 전 대통령은 소환이나 구치소 방문 등 어떠한 방식의 조사에도 응하지 않을 방침이지만 "이 전 대통령이 재판에는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며 1심 재판에서 승부를 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