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헌법재판소가 19일 오후 6시까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을 고지하지 않으면서 21일 선고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미 ‘최장기간 평의’를 기록하고 있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조금 더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이날 기준 95일째 진행 중이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의 경우 각각 63일과 91일이 걸렸다. 변론 종결 후 선고까지 소요된 시간은 노 전 대통령 14일, 박 전 대통령 11일로서 통상 2주 이내 선고가 이뤄졌다. 반면 윤 대통령은 최종변론 종결로부터 23일째 선고일조차 정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 선고일을 지정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선 법조계에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다만 탄핵심판 과정에서 드러난 무수히 많은 쟁점에 대해 ‘갈등의 폭을 좁히는 과정’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공통 의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등의 주체가 국민인지, 헌법재판관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특히 선고 지연이 탄핵심판의 변수가 될 것인지에 대한 전망도 엇갈렸다.
손인혁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선고가 지연되는 것에 대해 “쟁점이 많고, 재판관들 사이에서 세부적인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오래 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회적인 갈등이 크다 보니 (결정문을) 모두가 수긍할 수 있도록 내용을 세심하게 담아내기 위해 재판부가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국론 분열을 방지하기 위해 선고 문안을 다듬는 ‘숙고의 과정'이 길어진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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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모습. 2025.3.18/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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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헌법학회장 출신인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고가 지연되고 있다는 것은 탄핵을 인용하겠다는 재판관이 6명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관들이 제기하고 있는 탄핵심판 절차의 흠결 문제 등에서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관들이 탄핵소추 사유의 동일성 훼손 문제, 비상계엄에 대한 위법의 ‘중대성’ 문제 등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해 선고가 지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당초 법조계의 주류 의견은 윤 대통령 탄핵 ‘인용’으로 기울어 있었다. 하지만 헌재가 선고를 이례적으로 지연함에 따라 탄핵심판에 대한 전망도 미궁에 빠지고 있다. 이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이 기각 또는 각하될 것이란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지 교수는 “탄핵 찬성이냐 반대냐에 대해 압도적인 여론이 표출됐다면 선고가 쉽게 이뤄졌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는 그렇지 않은 상황이기에 재판관들이 자신들의 성향과 소신에 따라 판결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재판관들이 탄핵심판에 대한 합의를 장기간 이루지 못한다면 헌재가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되는 시점까지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탄핵심판의 공을 넘길 수도 있다”면서 “그렇다면 탄핵이 인용될 가능성은 없어졌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진녕 변호사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헌재 내부 상황을 고려할 때 급작스러운 선고는 법리적으로나 절차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헌재는 앞서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대통령의 파면은 국민의 선거권 행사에 의한 민주적 정당성을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대통령의 파면 결정은 민주주의 원리와 법치주의 원리의 조화적 해석에 기초해 엄격히 이뤄져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기준에 따라서 현재 구성된 헌법재판관들의 성향을 고려한다면,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의 결과는 기각 또는 각하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헌재의 선고가 지연되는 것이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법조계 안팎에선 이르면 이달 28일 또는 4월 초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선고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또한 일각에선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오는 4월 18일 종료되는 것과 관련해 임기 종료 직전에 선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만약 헌법재판관 사이에 이견이 계속 좁혀지지 않을 경우 아예 새로 임명되는 차기 헌법재판관들이 평의를 다시 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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