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헌법재판소(헌재)가 최재해 감사원장과 검사 3인(이창수·조상원·최재훈)에 대한 탄핵심판을 기각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에 영향이 미칠 것이란 전망이 12일 법조계 일각에서 제기됐다. 윤 대통령 측이 ‘줄탄핵’이 국정마비를 초래해 비상계엄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 것이 입증돼 정상참작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이유다.
헌재는 오는 13일 최 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 최재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장검사에 대한 탄핵심판을 선고한다. 국회는 이들의 탄핵소추안을 지난해 12월 5일 헌재에 접수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헌재가 이들의 탄핵심판을 기각할 경우,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야권의 무분별한 탄핵이 비상계엄을 촉발했다는 ‘정당성’이 부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윤 대통령 측은 헌재 변론기일에서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거대 야당의 무분별한 탄핵소추로 국정이 마비됐다’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야권이 국무위원을 비롯해 검사 등을 탄핵소추한 것은 총 29건에 달한다. 민주당은 최근 최상목 권한대행과 심우정 검찰총장 탄핵소추안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국회가 29건의 탄핵을 추진하면서 4억 6000만원의 비용을 사용했음에도 인용된 것이 단 한 건도 없다는 점이다. 이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국회가 탄핵소추를 남발한 것은 검찰이 무고한 시민을 무분별하게 기소한 것과 같이 ‘심각한 사안’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면서 이들은 야권이 추진한 탄핵이 또 기각될 경우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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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의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중앙지검 4차장검사, 최재훈 중앙지검 반부패2부장검사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12일 서울 종로구 헌재. 2025.3.12/사진=연합뉴스 |
한 헌법학자 A씨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유 중 하나가 야권으로부터 너무 많은 탄핵이 진행돼 사실상 정부 운영이 마비됐다는 것이었다. 내일 또 탄핵이 기각된다면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사유가 생생하게 입증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사유가 입증됐다고,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그러나 대통령이 탄핵 될 만큼 비상계엄이 중대한 불법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라면서 “계엄이 아니었다면 대통령이 야권의 국정 마비 시도를 저지할 방법이 없어 불가피한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가 탄핵 소추권을 오남용했고, 국가 기능이 마비될 정도로 예산을 삭감해 실제 공무원들의 업무 수행에도 차질이 발생했다”라면서 “야권의 무분별한 탄핵은 계엄법 중 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요건 중 일부인 ‘행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충족시킨 것으로도 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차 교수는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헌법과 계엄법을 위반한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 불법이라는 것이 대통령을 파면해야 할 정도로 중대한가는 의견이 다를 수 있다”라며 야권의 무분별한 탄핵소추가 문제될 경우 윤 대통령이 파면을 면할 수 있는 구실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이들은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일도 재차 연기될 가능성도 언급했다.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최우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감사원장과 검사 3인에 대한 탄핵을 우선 진행하게 됨으로써 기조의 변화가 감지됐다는 이유다.
이에 이들은 헌재가 다음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을 진행한 뒤 차주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선고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헌재가 통상 한주에 탄핵 선고를 두 번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헌법학자 A씨는 “헌재가 대통령 탄핵을 우선하겠다는 기조를 변경했다. 따라서 한 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후 그 다음주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최근 ‘무소불위’라는 비판을 받는 선거관리위원회 문제와 대통령 탄핵심판의 절차적 문제 등이 언급되고 있어 헌재가 한 총리 탄핵심판을 먼저 진행한 뒤 이러한 점들을 조금 더 논의할 수 있다”라고 관측했다.
차 교수 또한 “한 총리 탄핵을 우선해야 한다는 이유는 사회 혼란을 최소화해 국정을 안정시키기 위함이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될 것인지 기각될 것인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헌재가 대통령보다 한 총리 탄핵심판을 우선해야 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선고가 재차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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