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3번째 연이틀 비상저감조치 시행…"서울 미세먼지는 주로 서울에서 배출" 중국 모르쇠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중국발 고농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14일 우리나라 수도권에는 역대 3번째로 연이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됐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우리나라 전역에서 국민들을 괴롭히고 있는 초미세먼지(PM2.5) 및 미세먼지(PM10)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WHO는 초미세먼지 및 미세먼지의 '매우 나쁨' 기준을 각각 51마이크로그램(㎍)·101㎍ 이상으로 잡고 있는데, 이날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180㎍을 훌쩍 넘겼고 210㎍을 넘긴 지역도 속출했다.

특히 수도권 각 지역은 최소 99㎍에서 최대 225㎍(서울시 동대문구), 248㎍(경기 부천시 내동), 258㎍(경기 파주시 운정)을 기록했다(오후2시30분 AirVisual 기준).

전세계 80여개국 1만여개 지역의 정부 관측소 및 실시간 기록으로 대기·환경오염 수치를 제공하고 있는 AirVisual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을 일목요연하게 관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전세계 대기오염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청년층 사이에서는 중국발 미세먼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혐중' 여론이 들끓고 있다.

황사가 득세하는 봄뿐 아니라 4계절을 가리지 않고 미세먼지가 들이닥치면서 '삼한사온'이라는 기존 용어 대신에 '삼한사미'(3일간 추위·4일간 미세먼지)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지난해 10월 환경부가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미세먼지 원인을 중국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한 우리 국민은 52%에 달했다.

하지만 중국 환경생태부는 지난달 28일 공식브리핑을 통해 "서울 미세먼지는 주로 서울에서 배출된 것이고, 최근 서울 초미세먼지 농도가 다소 높아졌지만 중국 대기질은 대폭 개선됐다"면서 중국측 책임을 부인하고 나서 공분을 샀다.

우리나라 관련 연구기관들에 따르면 지형과 기후 등 각지가 처한 여건별로 '중국발 미세먼지 비중'은 최소 30%에서 최대 90%까지 천차만별이다.

   
▲ 사진은 AirVisual 앱에 나타난 1월14일 오후1시 한반도 미세먼지 현황. AirVisual 앱은 전세계 80여개국 1만여개 지역의 정부 관측소 및 실시간 기록 데이터로 대기오염, 환경오염 수치를 제공하고 있다. PM 2.5·PM10·오존·이산화질소·아황산가스·일산화탄소 등 6개 주요 오염물질에 대한 집중적인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한달 및 48시간 동안의 대기오염 변화 추이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미국 대사관·영사관 등에서 얻은 데이터로 정보 신뢰도를 쌓았다./사진=AirVisual 앱

학계는 대체로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시 오염물질 중 평균 70% 이상이 중국·몽골에서 오지만, 우리나라 도로에서 평소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일반자가용이 아니라 노후버스·트럭 등 경유차에서 주로 나온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환경부는 지난해 1월 수도권 비상저감조치에 대한 자체 평가에서 해당 조치에 따라 줄어드는 미세먼지 오염물질이 1.5%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 결과는 온 국민이 고통받는 미세먼지의 국내 요인이 실제로는 매우 적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학계는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로 넘어온 뒤 하루 이상 쌓여 '매우 나쁨' 상태로 이틀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태백산맥을 등진 '막힌 지형'과 느려진 풍속을 주된 요인으로 꼽고 있다.

전북에서는 동쪽 노령산맥이 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 공기 흐름을 막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지만, 봄철 풍속이 약해지는 것 또한 서해안에 쌓였던 중국발 오염물질들이 국내에 고농도로 유입되는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또다른 관건은 '베이징 등 대도시 대기질이 개선됐다'고 자랑하는 중국측이 오히려 측정하지 않는 서해측 연안공단과 항구를 드나드는 선박에서 나오는 오염물질 배출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전세계 해양운송 컨테이너 중 30%가 중국 연안 항구(우리나라 서해방면)을 거치고, 세계 10대 항구 중 7개가 중국에 위치한다.

앞서 지난 2008년 중국에서 배출한 암모니아는 1170만t으로 한국 수도권 배출량의 200배를 넘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중국에서 나온 암모니아가 한반도로 날아오면 다른 물질과 결합해 미세먼지로 바뀐다.

우리나라 국립기상과학원 또한 최근 "항공 측정데이터가 많이 쌓이지 않아 중국 오염 영향이 크다고 단정짓기 어렵지만, 오염원이 없는 서해 상공 오염물질 농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중국 원인이 적지 않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향후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직접 서해상 대기질을 입체적으로 관측해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런 오염원이 없는 서해에 중국발 미세먼지 폭탄이 얼마나 유입되는지 확인하고 감시하기 위해서다.

중국 정부가 한반도 미세먼지 오염에 대한 책임을 부인하는 가운데, 1급 발암물질인 미세먼지를 정부가 어느 수준까지 확인하고 통제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