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요인 선제적 대응, 안정적 경영기반 다지기 집중"…'만년 5위' 탈피 날갯짓
글로벌 경기침체와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그 어느 때보다 경영환경이 어렵다. 특히 트럼프 제2기 행정부 출범은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한층 강화하면서 제조업은 물론 금융산업에도 구조적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대내외 시장여건 변화 속에 손실 완충력 제고와 금융그룹 차원의 금융서비스 확충 등 갈 길이 바쁘다.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금융지주 최고경영자들의 경영전략을 5회 (⓵KB금융 ⓶신한금융 ⓷하나금융 ⓸우리금융 ⓹농협금융)에 걸쳐 짚어본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한 지 만 4개월을 앞두고 있다. 이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고객 신뢰'와 '혁신'을 최우선 가치로 제시해 농협금융의 재건을 약속했다. '금융사고 무사고'로 고객 신뢰를 다지고, 혁신을 통해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손익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취임 4개월차를 앞두고 있다. 이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고객 신뢰'와 '혁신'을 최우선 가치로 제시해 농협금융의 재건을 약속했다. '금융사고 무사고'로 고객 신뢰를 다지고, 혁신을 통해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손익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사진=NH농협금융그룹 제공


'신뢰경영'은 이 회장이 내세우는 핵심가치다. 이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신뢰의 금융, 혁신의 새로운 기준'을 새 경영 슬로건으로 제시하고, △고객 신뢰와 혁신 △농협금융 정체성 강화 △미래경쟁력 제고와 리스크 관리 △실력 있는 농협금융 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금융의 가치는 고객 신뢰에 기반하고 있다"며 "고객의 신뢰 없는 금융산업은 모래성일 뿐이며, 농협금융도 성장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객에게 신뢰받는 농협금융이 되기 위한 '금융사고 제로화'의 초석을 놓아야 한다"며 "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체계를 시스템에 의해 관리될 수 있도록 재정비하고,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작동될 수 있도록 점검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이 회장은 지난달 10일 임직원 대상 CEO메세지 영상을 통해 △윤리준법 경영과 내부통제의 중요성 △금융소비자보호 및 금융사고 예방 △건전한 금융질서 확립과 고객권익보호 등 윤리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농협금융은 '금융사고 제로화' 달성을 위한 내부통제위원회, 책무구조도, 책무종합시스템 등을 운영하고 있다. 매주 1회 교육시스템을 통해 금융사고 유형별 사례, 책무구조도, 농협금융 임직원 행동강령 등을 교육하는 한편, 임직원 대상 'NH윤리경영 자가진단' 등으로 기업문화 변화도 유도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농협금융 준법감시담당자 내부통제 강화 교육'을 개최하고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윤리경영 실천 결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오는 상반기 중에는 최근 금융권 사고 프로세스를 분석해 유형별 영상제작 및 사고방지 교육을 실시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 활동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고객의 신뢰 없이 금융회사의 미래는 없다"며 "우리 모두가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금융사고 예방을 최우선으로 실천한다면 농협금융은 더욱 강한 조직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혁신도 주목할만한 키워드다. 이 회장은 △인구구조 변화 △기후 변화 △디지털 기술혁신 등 3대 메가트렌드가 농협금융의 생존에 직결될 것이라며, 선제적이면서 기민한 대응을 주문했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로 비롯된 인구구조의 변화를 주목했다. 이 회장은 취임사에서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고객 유형별 맞춤형 서비스 강화 △생성형 AI를 활용한 업무환경 구축 △데이터 기반 초개인화 마케팅 역량 제고 등을 강조했다.

혁신의 일환으로 디지털전환(DT) 가속화에 나서는 점도 눈여겨볼만 하다. 이 회장은 자사 금융플랫폼 'NH올원뱅크'의 방향성에 대해 단순 금융서비스 제공을 너머 고객의 경험과 삶의 질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8일 개최한 '농협금융 DT추진최고협의회'에서 이 회장은 "이제 플랫폼은 단순한 서비스 통로를 넘어 고객의 경험과 삶의 질을 끊임없이 향상시키고 금융기관의 근본적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이라며 "한계를 극복하는 유연한 사고와 도전정신으로, 미래 금융생활의 중심이 되는 데일리 앤드 라이프(Daily & Life) 금융 플랫폼 구현에 역량을 집중하자"고 말했다.
 
'만년 5위'라는 딱지를 달고 있는 농협금융이 <이찬우>호의 신뢰경영과 혁신으로 업계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농협금융은 당장 지난 1분기 두 자릿수 성장세를 거두며 선방했지만, 본격 금리인하기를 맞이하면서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농협금융은 지난 1분기 714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해 지난해 동기 6448억원 대비 약 10.7% 성장했다. 은행·증권 등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방카, 전자금융 및 투자금융 관련 수수료이익 등이 증가한 덕분이다. 대표적으로 NH농협은행은 올해 1분기 약 31.5% 성장한 5544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했다. 하지만 1분기 이자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370억원 급감하면서, 본격 비상경영체계에 돌입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최근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부동산PF 시장, 금리 정책 불확실성, 무역 갈등 심화 등 점증하고 있는 위험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안정적인 경영사업 기반을 확보하는데 집중할 것"이라며 "윤리 준법 경영과 내부통제 및 소비자보호체계를 강화해 고객 권익 보호를 실천하고, 최근 발생한 영남 산불 복구를 위해 농작물·가축재해 보험 신속 심사·지급, 재해기업 긴급경영안정 자금 지원 등 사회적 책임 이행과 함께 농협금융 본연의 역할인 농업·농촌 지원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