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삼성전자가 DS부문(반도체) 경쟁 축을 나노 공정 기술 중심에서 연결성(connectivity)으로 전환하는 모습이다. 단순 설계, 제조, 위탁생산 기업을 넘어 AI 인프라의 물리적 기반을 설계·구축하는 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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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 전경./사진=삼성전자 제공 |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엔비디아 'NV 링크퓨전' 생태계 파트너사로 합류했다. NV링크퓨전은 GPU 중심의 폐쇄형 구조를 개방해 CPU·메모리·AI 가속칩 등 이기종 칩을 고속으로 연결하는 인터커넥트 기술이다.
삼성전자의 NV 링크퓨전 참여는 단순 협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표면적으로는 엔비디아와의 기술 생태계 협력이지만, 이면에는 '제조 기업에서 AI 인프라 기업으로 전환' 이라는 전략적 변화가 자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AI 반도체 경쟁의 초점이 개별 칩의 속도 보다 시스템 간 연결 효율성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본다. AI 연산은 GPU·HBM(고대역폭메모리)·패키징·데이터센터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환경에서만 제대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AI 반도체가 개별 칩의 속도보다 시스템 간 연결 효율성에 의해 성능이 좌우되는 시대가 열리면서 삼성도 연결 중심 전략으로 사업 경쟁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결성에 있어서 삼성전자는 강점을 보유한 기업이다. 삼성의 반도체 사업은 DS부문 아래 메모리사업부, 시스템LSI사업부, 파운드리사업부로 구성돼 있으며 여기에 첨단패키징 조직이 후공정을 맡고 있다. '공정-메모리-패키징' 통합 설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파운드리 사업부는 2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개발을 추진 중이며, 메모리사업부는 차세대 HBM4를 준비하고 있다. 패키징 조직은 X-Cube, I-Cube 기술을 기반으로 HBM과 로직칩을 하나의 모듈로 결합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경쟁사와의 전략 차이도 뚜렷하다. 파운드리 1위 기업인 TSMC가 고객의 설계를 중심으로 한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 전략을 통해 EDA·IP·디자인하우스 등 외부 파트너와의 연동을 강화하고 있다면, 삼성은 내부 기술 자원을 하나로 묶는 수직 통합형 생태계를 내세워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TSMC가 고객 중심의 플랫폼이라면, 삼성은 기술 중심의 통합형 플랫폼을 지향하는 셈이다. 이 같은 내부 수직 통합 구조는 외부 고객에게 원스톱 개발 환경을 제공해 수주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이 된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AI 시대 속 인프라 설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최근 글로벌 AI·모바일·서버 고객으로부터 대형 수주를 잇따라 확보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AMD의 차세대 AI 가속기 칩 일부 공정 수주, 퀄컴의 스냅드래곤 8G3 생산 계약, 구글의 텐서(Tensor)칩 3세대 위탁생산, 테슬라의 자율주행칩 프로젝트 공급 등이 확정됐다. 오픈AI가 추진 중인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스타게이트(Stargate)에도 합류했다.
AI 수요 급증으로 엔비디아,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클라우드 기업과 협의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BM과 로직칩을 수직 결합하는 패키징 기술은 AI칩 고객의 핵심 요구인 고대역폭·저전력 연결성 구현에 필수적으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그려나가고 있는 연결 중심 반도체 생태계는, AI 인프라 기업으로 향하는 다음 10년을 향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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