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인공지능(AI) 컴퓨팅과 전장 분야의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국내 전자부품사들이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AI 서버·전기차·자율주행차 등 수요가 커지면서 중장기 성장축이 고부가 제품으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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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0월 필리핀 라구나주 칼람바시에 위치한 삼성전기 필리핀법인(SEMPHIL)을 찾아 MLCC 제품 생산현장을 점검하는 모습./사진=삼성 제공 |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등의 제품군에서 AI·전장 수요 확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삼성전기는 2021년부터 테슬라와 카메라모듈 공급을 협의하며 협력 관계를 넓혀왔다.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지난 2023년 미국 북미 자동차 업계와의 카메라모듈 공급 계약 공시를 통해 관련 수주는 사실상 공식화됐다.
삼성전기는 자율주행보조시스템(ADAS)에 들어가는 MLCC는 물론, 테슬라가 개발한 자율주행용 AI 칩 'AI4'와 'AI5'에 탑재되는 반도체 기판 FC-BGA 역시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I4는 삼성전자가, AI5는 대만 TSMC가 생산하지만 기판 공급은 삼성전기가 모두 맡으며 공급망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장·산업용 MLCC 생산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AI 서버와 ADAS 수요에 적극 대응하겠다"며 "내년에도 전장·서버 중심으로 매출 확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MLCC는 저장된 전력을 정밀하게 공급하는 전기 댐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으로, AI·전장 장비 한 대당 탑재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실적 전망도 밝다. KB증권은 삼성전기의 4분기 매출 2조8100억 원, 영업이익 2178억 원을 전망하면서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가 실적 개선을 이끌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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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이노텍 직원들이 ‘고성능 인캐빈 카메라 모듈’을 선보이고 있다./사진=LG이노텍 |
LG이노텍도 전장·센싱 중심의 고부가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3분기 전장부품 매출은 전년 대비 5.7% 감소한 4506억 원이었으나, 차량용 조명·센싱 모듈 등 고부가 제품군은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LG이노텍은 2030년까지 차량 센싱·통신·조명 등 AD·ADAS 부품을 포함한 미래사업 매출을 8조 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전체 매출 비중을 25%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FC-BGA 사업도 공격적으로 키우고 있다. 지난해 말 경북 구미 4공장에서 북미 빅테크 기업향 FC-BGA 양산을 시작하면서 시장 진출 2년 만에 글로벌 고객 확보에 성공했다. 구미 4공장은 AI 자동화 공정 기반의 스마트팩토리로 구축돼, 고사양 기판 수요 증가에 대응할 기반을 마련했다.
센싱 분야에서도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LG이노텍은 지난 7월 미국 라이다 기업 아에바(Aeva) 지분 약 6%를 인수하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양사는 2027년까지 FMCW 기반 4D 라이다를 공동 개발해 자율주행차, 로보택시, 산업용 로봇 등에 적용할 계획이다.
글로벌 생산거점 재편도 진행 중이다. 베트남 생산라인 확대와 함께 국내는 고부가 제품 중심 운영으로 전환하고, 북미 고객 대응을 위해 멕시코 생산기지를 확장했다. 생산 효율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AI 기반 자동화(AX)와 핵심 부품 내재화도 병행하고 있다.
실적 흐름도 개선되고 있다. LG이노텍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5조3694억 원, 영업이익 2037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56.2% 늘며 고부가 제품 중심의 수익성 개선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AI·전장 부품은 기존 스마트폰 대비 부가가치가 훨씬 높아 MLCC·FC-BGA·센싱 모듈 등 고부가 제품이 부품사 실적을 좌우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모두 포트폴리오 전환 속도를 더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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